이성규단장칼럼

16-02-25 17:19

말짱 도루묵 - 2016. 02.

관리자2
조회 수 1,626 댓글 0

  우리 사랑터의 자매들은 최강 동안을 자랑합니다. 처음 만나는 봉사자들은 자매들의 나이를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개 얼굴만 보고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 쯤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나이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움과 함께 칭찬이 쏟아집니다. 이제는 그런 칭찬이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표정에 한번 더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 사랑터의 최고 고참인 자매의 나이가 벌써 서른한 살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역자들은 자매들을 매일 만나고, 함께 생활하기도 하기 때문에 자매들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가장 큰 변화는 귀차니즘입니다. 예전에는 흥이 넘쳐서 조금만 재미난 일이 생겨도 웃음보가 터지고, 제어가 되지 않아 하루 종일 낄낄거리며 웃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여간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앞에서 자매들이 재롱을 떨었는데, 이제는 자매들 앞에서 우리 사역자들이 재롱을 떠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자매들이 나이가 드는 것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억력에 관련된 것입니다. 지적장애인의 특성 상 작은 것 하나를 가르치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합니다. 기도를 하게 하려고 짧은 문장 하나를 가르치면 그걸 익히기 위해 5-6개월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를 익히기 위해 1년이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나이를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나이를 물어 봤을 때 몇 살인지를 대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칩니다. 한번 알려줘서 알게 되었더라도,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수시로 나이를 물어보고 대답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줍니다. 그렇게 1년의 노력 끝에 나이를 말할 수 있게 되면 한해가 지나가서 한 살 더 먹게 됩니다. 지금까지 가르친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이제 새로운 나이를 다시 1년동안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이럴 때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서도 안됩니다. 자매들이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기억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제 1월이 되었으니 말짱 도루묵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새 나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이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치기 위해 오래 참으시는 그 인내를 생각하면 우리의 작은 노력은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합니다. 자매들을 보며 실망하기보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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