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단장칼럼

16-02-25 17:17

같은 맛 다른 느낌 - 2015. 11.

관리자2
조회 수 1,725 댓글 0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여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합니다. 작업장 자매들이 출근하면 서툴지만 걸레를 손에 하나씩 들고 열심히 바닥을 닦습니다. 물론 자매들이 걸레질을 하기 전에 미리 쓸고 닦아 놓아야 합니다. 자매들의 걸레질은 먼지를 닦아낸다기 보다는 그저 바닥에 걸레를 대고 이리 저리 휘젓는 것이므로 청소의 효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청소를 한다는 자부심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그렇게 요란스러운 청소가 끝나면 조용히 앉아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 후에는 모두가 차를 한잔씩 마십니다. 쌀쌀해진 날씨 덕에 오늘은 따뜻한 꿀차를 먹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에 선물로 받은 꿀을 따뜻한 물에 타서 탁자에 둘러앉아 한잔 씩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꿀을 마시기 위해 입에 갖다 대는 순간 꿀에서 마늘 향이 납니다. 꿀을 밀봉이 가능한 다른 꿀병에 옮겨 담아 두었는데, 하필 그 병이 예전에 마늘 장아찌를 담았던 병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냄새가 꿀에 배어 마늘 향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간사님이 마늘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면서 자매들에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자매들이 방금 우리가 나눈 대화에서 마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마늘을 언급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바로 앞에 있던 혜림자매가 커피요!”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의외의 대답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늘 예상외의 대답을 하는 혜림자매이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 중에 가장 맛난 차의 이름을 말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습니다.

   맞은편에 있던 가을 자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생강 맛이 나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그 냄새와 맛을 분석해서 상당히 유사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지영자매의 대답이 궁금해서 또 무슨 맛이 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혼자 중얼거리듯 대답을 하는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몇 번을 물어보고 대답을 들어보니 지영자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산삼!”이었습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에 우리는 다시 한번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정말 그런 맛을 느낀 것인지, 맛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독특한 표현 방식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획일적인 대답이 아닌 각자 느낌을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흔히 장애를 개성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적 장애가 있다는 것은 단지 지능이 낮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가진 뚜렷한 개성이 더 극대화 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이나 멸시가 아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들의 개성이 보입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이성규단장칼럼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5 죽어야 돼요! - 2016. 03. 관리자2 03-17 1724
84 말짱 도루묵 - 2016. 02. 관리자2 02-25 1723
83 피할 수 없는 화합 - 2016. 01. 관리자2 02-25 1758
82 사람구실 - 2015. 12. 관리자2 02-25 1671
» 같은 맛 다른 느낌 - 2015. 11. 관리자2 02-25 1726
80 통증 - 2015. 10. 관리자2 02-25 1740
79 빨리 천천히 해! - 2015. 08. 관리자2 02-25 1639
78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 - 2015. 07. 관리자2 02-25 1670
77 쓸모 없는 사람 - 2015. 06. 관리자2 02-25 1671
게시물 검색